일부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탈피해 4%대를 넘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 동안 비관 일색이던 외국계 금융기관은 한 술 더 떠 최고 6%대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와 금리 상승, 환율 하락 등으로 내년 하반기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내년 성장률 장밋빛


29일 국내예측기관들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3.2~4.2%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3.9%로 예상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LG경제연구원 등 두 곳은 4.2%로 전망해 4%대 성장을 점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3.3~3.4%를 잠정 전망치로 제시했다.

대우증권이 3.8%로 예상하고 KB증권이 3.2%로 점치는 등 증권사들은 3%대 전망치를 내놨다.

크레디스위스가 성장률 전망치로 6%를 내놓고 노무라와 바클레이스, 모건스탠리가 5.0%를 제시하는 등 외국계 금융기관은 국내 금융기관보다 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구기관들은 내년 상반기의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하반기보다 높은 상고하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4%대 초반을 기록한 뒤 하반기에는 3%대 중후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각각 상반기 4.2~4.3%와 4.3%, 하반기 3.5~3.6%와 4.1%로 전망했다.

◇하반기 회복세 둔화 우려

출구전략의 시행과 환율 하락 등이 하반기 성장률을 큰 폭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의 재정 지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자부담 확대로 소비가 위축되고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둔화되면 하반기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분기별 전기대비 성장률은 계속 플러스이지만 연말로 갈수록 둔화될 것"이라며 "경기 부양책 규모가 줄어들고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이 가시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 활성화 대책이 상반기까지는 유지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출구전략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며 "수출대기업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지만 전체적으로 본격 회복 국면에까지 접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용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고용양극화와 소득양극화가 발생하면 내수경기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실업률이 올해 3.8%에서 내년 3.6% 정도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KDI도 실업률이 올해 3.8%에서 내년 3.5%로 약간 개선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올해보다 실업률이 낮아지겠지만, 폭은 작을 것"이라며 "청년실업이나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 열악한 고용의 질 등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당국, 출구전략.환율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국이 출구전략 시기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급격한 출구전략이 시행되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가 부실화되면 경제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환율의 안정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전기대비 성장률은 내년 상반기 전망치가 정체 수준이어서 과도한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성장률이 나쁘게 나타날 수 있다"며 "내년 경제 회복에 부작용이 없도록 환율 하락 추세를 완만하게 조절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지금 경제는 민간에 의한 자생적 회복이 아니라 매우 인위적인 정책에 의한 것"이라며 "이미 시중 외화유동성을 많이 회수한데다 G20 의장국으로서 노골적인 개입에 대한 대외적인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를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단기외채 비중 축소와 은행 건전성 강화, 기업의 투자 유도 등도 당국의 과제로 꼽았다.

LG경제연구원 오 실장은 "세계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 그 덕을 많이 보지만 불안정하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문제여서 내수산업, 특히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과제"라며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은행건전성과 재정건전성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윤정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