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대비 이자비용과 연금 및 사회보장비용 지출 비율이 커진 것은 가계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내수를 짓누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대출금리가 올라간 상태에서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갑자기 떨어지면 가계파산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돈벌이 줄었는데 이자는 사상최대


2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의 월평균 소득(명목)은 329만9천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줄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명목소득은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물가상승 등의 요인까지 계산에 넣은 실질소득 감소폭은 -2.8%까지 커진다.

반면, 한 달 이자비용은 6만6천 원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돈벌이는 줄고 물어야 할 이자는 늘다 보니 이자비용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2.0%로, 사상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장 지출 비용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8만4천 원이었다.

이를 소득으로 나눈 비율 역시 2.5%로 가장 높았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금 지출액은 8만5천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를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2.6%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저소득층 이자부담, 고소득층의 1.4배

소득 수준별로 보면 저소득층은 이자와 사회보장비용 부담률이 높은 반면, 고소득층은 연금 부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비용의 경우 하위 20%(1분위)의 부담률이 2.3%로, 상위 20%(5분위)의 부담률 1.8%에 비해 1.3배에 이르렀다.

중간 계층인 2~4분위는 부담률이 각각 2.1%로 같았다.

이자비용 자체만 놓고 따지면 1분위(2만 원)가 5분위(11만8천 원)의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득 규모에서 7배 넘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부담률은 저소득층이 오히려 더 높다.

사회보장비용 부담률도 같은 이유로 1분위(3.4%)가 5분위(2.4%)에 비해 1.4배였다.

2~4분위의 부담률은 2.5~2.7%로 비슷했다.

반면, 연금 지출 비율은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4분위가 월 11만4천 원을 내면서 월소득 대비 2.9%로 가장 높았고, 5분위와 3분위가 각각 2.6%였다.

2분위는 2.2%, 1분위는 1.8%였다.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경제학)는 "이자비용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일정한 금리가 적용되지만 연금제도는 누진세처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내고 덜 받는' 재분배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다만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연금 납입액이 일정 수준은 넘지 않는다"며 5분위 부담률이 4분위보다 낮은 배경을 설명했다.

◇ "내수회복 장애물, 가계파산 가능성도"

이자비용 지출이 늘어날수록 가처분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소비 활성화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금리가 크게 오르거나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가계 파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데다 시중금리마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소득 계층을 막론하고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일자리와 근로소득이 줄었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금수요가 많아져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식이나 부동산이 폭락하면 파산하는 가구가 속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금과 사회보장비 지출은 사회복지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하지만 당장은 소비 여력을 위축시킨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사회보장기금과 연금은 앞으로도 계속 쌓아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금의 경우 조만간 닥칠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은퇴자들의 소비 여력을 확충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