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8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로 도쿄 증시는 폭락했다.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오전 한때 달러당 88.23엔까지 급등(엔 · 달러 환율 하락)했다.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지지선이던 '1달러=90엔'이 깨진 뒤 곧바로 88엔대 초반까지 치솟은 것이다.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엔화 가치는 8월 초 달러당 97엔대에서 한 달 반 만에 10엔 가까이 올랐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로 주가는 급락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256.46엔(2.50%) 하락한 1만9.52엔으로 장을 마쳤다.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재무상은 이날 오전 "인위적인 환율 안정책은 이상한 것"이라며 "(달러당 88엔대의 환율은) 추세로 봐서 전혀 비정상적인 게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부는 엔고(高)를 통해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비중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제로금리 등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도 엔고를 부추겼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달러당 80엔 선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주요 수출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자동차 · 전자 업체들은 올해 엔화 환율을 달러당 90~95엔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세웠다. 한국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