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과 기금을 합쳐 총지출 규모를 291조8000억원으로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 본예산 284조5000억원에 비해선 2.5% 늘어났지만 추경예산까지 포함한 301조8000억원보다는 3.3% 줄어든 규모다.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되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신경을 쓴 결과"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내년 예산안은 신성장동력 확충과 경제위기에 따른 사회안전망 강화에 역점을 둔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녹색기술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등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R&D(연구개발) 예산을 10.5%나 늘렸다. 저소득층의 생계안정과 자활을 지원하고 55만명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보건복지예산도 대폭(8.6%) 증액했다.

문제는 확장적 정책 기조에 따라 재정수지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예산에서 관리대상 수지 적자는 32조원에 달한다. 물론 정부도 공무원 보수를 2년 연속 동결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기는 했다. 하지만 국가채무가 4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우려를 감추기 힘들다.

정부는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올해 35.6%인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11년 37.6%를 기록한 이후 30%대 중반에서 유지될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의구심이 적지 않다. 정부는 내년의 경우 성장률을 4%,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1230원으로 각각 잡았고 내년 이후도 성장률 5%는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세계경제가 위기국면에서 벗어나더라도 상당기간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만큼 너무 낙관적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한층 강화돼야 한다. 새로운 세원 발굴 등 세입기반을 넓히는 것은 물론 세출 쪽에서도 예산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대폭 높이는 지속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우선 당장은 내년 예산안이 국회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중복예산부터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