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내놓은 2010년 예산 · 기금안은 '경제 활력 및 민생 안정'과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상반된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에서 '나랏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재정 건전성도 챙겨야 한다는 지적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정부는 '아껴쓰고 잘 쓰겠다'는 재정 운용지침을 마련했다. 서민층 지원 및 녹색성장 투자는 늘리되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늘린 예산은 줄이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예산 역대 최대…중기 예산은 줄어

내년에 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분야는 복지 부문이다.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5조4000억원(8.6%) 많은 81조원의 예산이 배정돼 전체 예산 증가율(2.5%)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중도 강화' 정책 기조에 따라 나라살림의 3분의 1가량을 서민 및 취약계층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사업을 보면 소득 하위 70% 이하 5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둘째아이 무상보육'과 중증 장애인에 대한 연금제도 등 저소득 · 취약계층의 생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이 많이 포함됐다.

복지예산이 대폭 늘어난 반면 산업 · 중소기업 관련 예산은 줄었다. 정부는 산업 · 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올해(16조2000억원)보다 10.9% 줄어든 1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자금 지원,신용보증기금 · 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에 대한 출연 등 위기 때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를 없애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예산도 올해보다 1.2% 줄어든 37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내년 세금 수입이 올해보다 줄어들면서 국세의 20%를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SOC와 국방예산은 소폭 증액

예산 편성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24조7000억원)보다 0.3% 늘어난 24조8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 가운데 '4대강 살리기' 예산은 3조5000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SOC 예산은 21조3000억원이다. 이 같은 규모는 올해 예산(24조2000억원)에 비해 줄어든 것이지만 지난해 11월에 정부가 짠 당초 예산 규모(20조6000억원)보다는 늘어난 것이다. 2008년 이전 SOC 예산(10조~15조원)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액수다. 재정부 관계자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국도와 지방도로 등의 사업 예산이 확 줄어든다는 지적이 있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올해 SOC 예산을 늘렸던 점을 감안하면 평소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 차관 간 '하극상' 논란까지 일으켰던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3.8% 늘어난 29조6000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국방부의 요구안(올해보다 7.9% 증액)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일반회계예산 증가율(2%)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라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외교예산 대폭 늘어나

외교 부문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점도 내년 예산안의 특징이다. 내년 외교예산은 2조1006억원으로 올해보다 4006억원 늘어난다. 증가율은 23.5%로 10개 주요 분야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다. 정부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국격(國格)에 걸맞은 국제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사업을 보면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 원조(ODA)를 늘리고(올해 국민총소득 대비 0.11% →내년 0.13%)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분담금을 올해보다 1150억원가량 증액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