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지난 22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한 의향서(LOI)를 단독 제출한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시장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4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인수 · 합병(M&A)이란 호재에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상대가 만났다'는 평가가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효성은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하이닉스는 M&A 재료의 소멸이 각각 시장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수 조건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채권단과 효성 측 입장을 정리해 본다.



채권단 지분 주당 1만8000원 인수?

효성 주가는 지난 25일 전일보다 7.9% 빠진 7만2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제출이 시장에 반영된 지난 23일 이후 사흘 동안 하한가를 포함해 32.5% 폭락했다. 하이닉스 주가도 사흘 동안 15% 정도 떨어져 2개월여 만에 2만원 밑으로 추락했다.

하이닉스 주가는 특히 효성이 주당 1만8000원에 채권단 지분(28.07% · 1억6548만주)을 인수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당초 3조6500여억원(경영권 프리미엄 제외)으로 추정됐던 인수금액이 6700여억원 줄어든 2조9800여억원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채권단측은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풍문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떤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하이닉스 기업가치를 밑도는 가격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분 부분인수 가능할까

시장에 돌고 있는 또 하나의 소문은 채권단 지분의 부분 인수다. 효성이 매각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에는 자금여력이 부족하다는 추측이 소문의 근거다. 효성이 최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인 10~15% 지분만 인수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 지분 매각을 조속히 마무리지으려는 채권단은 다양한 매각방식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분 부분매각도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매각방법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효성이 하이닉스 경영권을 완벽하게 행사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에 비해 지분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엔 이사회 구성과 투자 등 주요 경영 현안들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100% 행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효성,인수의지 있나

효성이 하이닉스를 정말 인수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효성이 실제 인수의지 없이 그저 태핑(사전조사)하는 선에 머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효성은 2007년 12월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최종 입찰에는 발을 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자금조달 계획이나 인수의지 없이 어떻게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겠느냐"며 "자산규모만 갖고 자금조달 능력을 판단해 인수의지가 없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석래 회장의 복안은

효성은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 후보기업으로 거론될 때마다 "인수계획이 없다. 다음부터 효성 이름을 거론하지 말아달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하이닉스 인수를 극구 부인해왔던 효성이 인수검토로 방향을 바꾼 것은 사업다각화로 미래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조석래 회장의 의지가 직접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사업이 오너의 강한 의지가 필요한 사업이란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반도체 시황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하이닉스 인수가 중공업 섬유 등 기존 주력사업의 한계를 메워줄 승부수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단독 입찰이란 조건을 무기로 향후 채권단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정호/김현예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