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생산손실 110만대, 손실액 11조4천억원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에 15년 만에의 중도실리 노선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강성 집행부에 의해 되풀이하던 파업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7년 노조설립 이후 임단협 파업과 정치파업을 맴돌았지만 1994년 실리노선의 이영복 위원장 시절에는 유일하게 파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이경훈 후보의 당선에 거는 무분규 기대가 그만큼 큰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창립 이후 1993년까지 회사와 현대그룹을 상대로 거침없는 파업투쟁을 벌였다.

창립 첫해 노사갈등과 임단협 문제로 20여일간 파업한 데 이어 이듬해 임금협상으로 25일간 파업하면서 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졌고, 1990년대 들면서부터는 현총련을 결성하고 현대그룹에 대해 공동임단협과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선봉대로 나섰다.

1990년 현총련의 임단협 연대투쟁을 전개하면서 15일간 파업해 공권력이 투입됐고 1991년 말∼1992년 초에 추가성과금을 요구하면서 35일간 파업해 휴업조치가 내려지자 직장점거로 맞섰다.

1993년 임단협 때문에 35일간이나 파업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온건실리 노선을 추구하는 5대 이영복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회의가 확산되고 현총련 공동임단협 투쟁이 현대차 조합원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노조창립 후 처음으로 1994년에 정치파업을 하지 않고 임금협상도 무분규로 타결한 것이다.

이후 1997년까지 정치파업은 했더라도 임단협과 관련해서는 파업하지 않아 적어도 사내문제에 있어서만은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착되는듯했다.

그러나 1998년 회사에서 1만명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는 이른바 '정리해고 사태'로 노사관계가 다시 급격히 악화돼 1994년 이전의 불신과 대립적 관계로 회귀한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무리한 정치파업에 따른 국민적 비난과 조합원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파업기세가 다소 꺾이는 듯하지만 지난해에도 14일간 파업했다.

노조창립 이후 작년까지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생산손실은 110만9천281대, 손실액은 11조4천65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노조역사가 강성 집행부의 집권 속에 파업으로 점철되자 상급단체의 지침에 따른 무리한 파업에서 벗어나 대립적 노사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바람이 이번 노조지부장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 시민들은 중도실리 노선 후보의 당선을 크게 반기면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현대차 노조가 무리한 파업에서 벗어나 회사와 국가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합리적 노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sj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