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25일 예상대로 황영기 KB금융지주회장(전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4분기 우리금융이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목표(MOU)를 달성하지 못한 데는 황 회장이 우리금융 재직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손실과 무리한 자산확대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로,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져 징계를 내린다.

예보의 이번 징계를 끝으로 황 회장을 둘러싼 파생상품 투자손실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예보는 `뒷북 징계'라는 비판과 함께 대주주로서의 감독 소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보, 징계 이유는
예보는 이날 황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결정했다.

예보의 징계는 주의, 경고, 직무정지, 해임 등 4가지가 있다.

당초 가장 무거운 징계인 해임 상당의 징계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직무정지선에서 마무리됐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 6천64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작년 4분기에 6천911억 원의 적자를 냈고, 이 여파로 우리금융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예보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04년 6월과 2007년 7월 중 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에 총 18억2천만달러를 투자했고 이 가운데 14억1천만 달러(약 1조6천32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예보는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시절 투자금융(IB)에 과도한 성과 목표를 부여했고, 종전에 운영되던 리스크관리협의회 사전 심의 절차를 폐지하는 등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고위험 투자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CDO는 당사자 중심으로 거래되는 장외 신용파생상품으로 유동성이 매우 제약된 상품인데도 이런 특성을 무시했으며, 특히 총 28건(6억5천600만달러)는 품의서와 다르게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자산확대를 위해 고비용의 시장성 자금 조달을 늘려 과도한 가격 경쟁을 해 수익력을 악화시키고 수익기반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이 황 회장에 대해 파생상품 투자 과정에서 은행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다면 예보는 대주주로서 경영 책임을 포괄적으로 물은 것이다.

예보는 손해배상 소송 등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재호 예보 이사는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예보위원들간 장시간 토론이 있었다"면서 "우리금융지주로 하여금 추가 조치 가능성 검토해서 공사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확보나 전문가의 법률적 판단 등으로 (실제 소송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보, `뒷북 징계' 비판 거셀 듯
이번 예보의 징계는 많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예보는 지난 4월부터 이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사장 공석 등의 이유로 6개월 가까이 미뤄왔다.

이달 9일 금융당국의 징계가 결정된 이후에도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다가 지난 23일 황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곧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에 대한 징계를 올해 4분기가 다돼서야 한 것이다.

전형적인 뒷북 징계, 눈치 보기 징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예보가 파생상품 투자 손실과 관련해 황 회장에 대해 여러 차례 심의에서 징계 대상에서 제외해놓고 이제야 징계를 논의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예보는 지난해 4월 열린 예보위에서 우리은행이 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본 것과 관련해 기관주의 조치를 했고, 투자 결정에 관여한 IB 담당 부행장에게는 정직 처분을 했으나 황 회장에게는 성과급 차감 조치만 했다.

대주주임에도 우리은행이 1조6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볼 때까지 손 놓고 있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대주주라고 해서 우리은행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면 바로 `관치경영' 등의 지적이 나온다"며 "따라서 전문 경영인에 맡겼으면 자율 경영을 인정해주고 그 결과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