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5일 내놓은 외환건전성 제고 방안은 지난해 금융위기 때와 같은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의 재발을 막는 등 위기 대응력을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다.

당시 국내 은행이 달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기존 외화차입금의 상환 능력에도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에 빠진 것을 교훈 삼아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이 외화자산을 필요할 때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단기 차입을 줄이는 대신 중장기 차입 비중을 늘리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금융위는 우선 외화유동성 비율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예컨대 현재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모든 외화자산을 언제든지 전액 회수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산정한다.

이 비율은 잔존 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 외화부채로 나눈 것으로 은행들은 8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금화에 제약이 없는 외화예치금과 같은 자산은 유동성 비율을 계산할 때 플러스, 부채담보부증권(CDO)처럼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은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또 중장기 외화대출금 대비 중장기 외화차입금의 비율에 대한 규제가 현행 80%에서 내년에는 120%로 높아진다.

2007년 말 124.8%였던 은행들의 이 비율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작년 말 105.6%로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로 은행들이 지난 7월 말 기준 133.6%로 끌어올렸지만, 안정적인 외화 운영을 위해 규제 수위를 높이고 제도화하겠다는 뜻이다.

중장기의 기준을 만기 1년 이상에서 1년 초과로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은행들이 외화를 단기로 빌려 중장기 대출 재원으로 쓰는 관행 때문에 금융위기 때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가 심화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작년 말에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외화차입금이 487억달러에 달했고 만기는 돌아오는데 은행들은 국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상환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금리가 높은 만기 하루짜리 달러화를 빌리는데 급급했고 원.달러 환율은 치솟는 등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커졌다.

금융위가 또 은행들의 자기자본 대비 외화자산 또는 외화부채 비율을 일정 한도로 규제하기로 한 것은 과도한 외화 차입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자본 건전성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달러를 빌려 대출 확대 등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인 것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으로,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에서 이 같은 `레버리지 비율' 규제의 도입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은행들이 위기 재발에 대비해 비상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고 총자산 가운에 일정 비율은 유동성이 좋고 신용등급이 높은 외화표시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채우도록 하는 것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위는 다만 본점 지원을 받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에는 이런 규제들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금융위는 뒤늦었지만 `외화파생상품거래 위험관리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통화파생상품인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작년 하반기 환율 급등으로 큰 손실을 봤고 여기에는 이 상품을 무분별한 판매한 은행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은행들이 파생상품의 위험 정도, 기업의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별로 파생상품의 거래 한도를 두도록 하겠다는 것이 금융위 계획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현재 금융위에 설치된 비상금융상황실을 상시 운영하면서 외환부문의 건전성 현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을 통해 위기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