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RB)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국 경제가 심각한 하강국면을 지나 회복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FOMC가 경기침체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힌 적은 있지만 경기회복이 시작됐다고 분명하게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연방기금 금리의 운용목표는 당분간 현행 수준(연 0~0.25%)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아직 출구전략을 시행할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FOMC가 '경기 회복 시작'을 선언한 것은 미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성명서는 금융시장 사정이 개선되고 있고 주택시장도 활력이 증대되고 있으며 가계의 소비지출도 점차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그동안의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3분기부터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판단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을 만큼 정상화되고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성명서는 기업들이 여전히 고정투자와 고용을 줄여나가는 등 경제활동은 앞으로도 당분간 취약한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를 동결하고 3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매입을 예정대로 10월 말까지 완료키로 하는 등 경기부양에 초점을 둔 양적완화정책을 이어가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다만 1조45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 구입 시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말로 연장해 통화공급 속도를 늦추는 등 완만하게나마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나 통화당국으로서는 FRB의 이런 판단을 감안해 신중한 정책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출구 전략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자칫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따라서 출구전략 시행 시기는 G20회의 등을 통해 국제공조를 취하는 형태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의 경우는 세계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세에 진입할 것에 대비해 투자를 과감히 확대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