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4일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조정신청과 관련,"결국 산업은행과 민사소송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소협력사와의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에 참석해 "이행보증금 사건이 현재 조정위원회에 올라가 있는데 (한화와 산업은행)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한화건설 등 그룹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구성,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산업은행과 체결했다가 중도 포기하면서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몰취당했다. 이후 산업은행 측이 대우조선해양의 세부실사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올해 6월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조정 신청을 냈다.

한편 김 회장은 한화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여부와 관련,"아직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질문에도 "며칠 더 생각해보고…"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한생명 상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행이 잘 되고 있다"며 "내년쯤에는 예정대로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신사업 구상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요즘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많은 분야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사업성이 있고 현실화가 가능한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이 분야는)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계열사 추가 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살 사람 있습니까?"라고 반문해 여운을 남겼다.

올해 말 군 복무를 마치는 장남 동관씨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회사 일도 가르치면서 공부도 더 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열린 상생협력 협약식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축사를 통해 "다음 달 그룹 창립 57주년을 앞두고 기업의 성장사를 돌아보건대 중소기업인 여러분이야말로 한화 발전에 묵묵히 조력해 오신 숨은 공로자"라며 "실질적 지원을 통해 협력업체 하나하나가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强小企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이날 상생협력식을 계기로 중소 협력사들의 자금난 개선을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과 대 ·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공정거래질서 확립 등 중소기업들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펀드를 조성,중소기업의 중요 현안인 결제대금 지급의 현금 비율을 최대 100%까지 확대하고 결제기간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또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인력과 교육지원은 물론 원 · 부자재 구매대행 서비스,법무 상담 등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정호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