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미국과 영국 등은 경기부양을 위해 소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중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②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될 경우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있다.

③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6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 본드를 사들이기로 했다.

④ 양적완화 정책은 금융부문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⑤ 일본은 2001~2006년까지 5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해설] 양적완화 정책은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통화 당국이 직접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이를 주로 활용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2000년대 초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극심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하루짜리 초단기금리(콜금리)인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이 돌기를 원했지만 금리를 제로상태까지 떨어뜨려도 효과가 없자 금리를 조절하는 통상적인 통화정책을 넘어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금난을 겪는 은행들에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대주는 방식이었다. 부실채권에 허덕이던 은행들은 언제든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이 같은 양적완화 정책은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진작이란 측면에선 애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은행 금고에 돈이 아무리 쌓여도 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경제위기도 각국 정부의 재정투입과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3000억달러의 국채 매입과 1조2500억달러의 모기지담보증권(FRB)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영국중앙은행(BOE)는 1750억파운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선순위 보증부 채권)를 매입하는 정책을 편 것 역시 양적완화 정책이다. 일본은 중앙은행이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기업에 돈을 공급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주면 이들 채권을 파는 기업들은 그만큼 자금조달에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양적완화 정책은 적절한 때에 규모를 줄이거나 종료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시중에 풀려나간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등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또다른 거품을 만들어 낼 우려가 있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비롯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소위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금리정책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한다. 양적완화 정책은 극심한 경기침체나 위기상황에서 금리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쓰는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정답 ①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