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정치투쟁에 빠진 국내 노동운동이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계파 간 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민주노총을 탈퇴한 많은 노조들도 탈퇴 이유로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을 들었다. 조합원들의 근로 조건은 뒷전인 채 여러 계파의 간부들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정치집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온건 성향의 국민파와 강경노선을 걷는 중앙파,현장파 등 3개 계파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공존하고 있다.

대의원 숫자 기준으로 전체의 50%를 넘는 국민파는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는 사회개혁적 조합주의를 표방하는 반면,중앙파와 현장파는 대화보다 투쟁을 우선시하는 전투적 조합주의를 운동노선으로 견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주요 이슈에 대한 방향을 정할 때마다 강 · 온파 간 충돌이 일어난다. 금속노조가 2007년 6월 한 · 미FTA협정 반대 파업을 결정하기 위해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었으나 투표를 하지 않고 파업 결정을 내렸다.

수적으로 우세한 국민파에서 반대표를 던질 경우 파업 계획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결국 강경파들의 주도로 투표 없이 파업을 결정했다. 2005년 대의원대회 당시에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사회적 대화를 반대해온 강경파의 회의장 점거로 투표가 무산됐다.

올해 2월 민주노총 핵심 간부의 성폭력 미수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강 · 온파 간 입장이 엇갈렸다. 가해자는 당시 국민파인 이석행 위원장의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국민파 간부들은 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고,강경파는 계속 문제삼아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국민파가 집행부를 장악하면 반대파의 견제가 심하고 중앙파나 현장파에서 집권하면 국민파가 견제한다. 그러다보니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민주노총의 운동 방향도 투쟁적이고 이념적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