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스마트팜 사업을 정리하고 농산물 데이터 사업에 집중하면서 적자 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23일 업계에 따르면 그린랩스는 지난해 매출 373억원, 영업손실 359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6.7% 감소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를 전년보다 64.8%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작년 하반기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스마트팜 사업을 전면 중단한 영향이다.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국내 애그테크 기업 중 ‘유망주’로 꼽혔다. 핵심 사업은 스마트팜과 데이터 기반 농산물 도매유통업이다. 2022년 1월 1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800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초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 실책 및 부정행위 등 이슈로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기존 주주인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총 500억원을 긴급 수혈하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사회생할 기회를 얻었다.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를 비롯한 새 경영진은 스마트팜 사업을 정리하고 500명에 달했던 직원을 100명 수준으로 줄였다. 대신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린랩스는 농민 93만 명을 회원으로 확보한 농산물 유통 플랫폼 ‘팜모닝’을 통해 전국 재배 작물 현황을 알 수 있는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한 ‘팜모닝 매니지먼트 시스템(FMS)’을 통해 고객사는 필요한 작물과 수량을 재배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농가를 찾아가 농산물을 직매입할 수 있다.그린랩스의 또 다른 기대주는 곡물 무역 시스템 ‘그레인스캐너’다. 세계
투자업계에서 앱 서비스가 주목받던 2014년. 김기준 당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이사(사진)는 앱 서비스 대신 딥테크(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미래 기술)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꼽은 키워드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대량의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고 정리하는 기술이 가까운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봤다.그는 10년간 머신러닝과 AI를 키워드로 삼아 시장에 나선 창업팀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루닛, 데이블, 리벨리온, 셀렉트스타 등 유망 AI 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AI 의료 기업 루닛에 모두가 갸우뚱할 때 유일하게 시드 투자자로 참여한 뒤 여섯 번 연속 투자해 상장까지 이끌었다. 차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거론되는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법인이 설립되기도 전에 직접 발굴했다. 미래 기술을 미리 고민하고 한발 앞서 베팅한 것이다.그는 지난달 카카오벤처스의 새로운 리더가 됐다. 2012년 창립 멤버로 합류한 지 12년 만에 대표에 선임되면서다. 딥테크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미래 기술에 예리한 안목을 갖췄다는 게 경쟁력으로 꼽혔다. 카카오의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인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단계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회사다. 사후 관리가 ‘빵빵’해 스타트업 사이에선 가장 투자받고 싶은 VC로 꼽힌다.김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 영역 투자 방향에 대해 “무주공산의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웹 서비스를 모바일로 전환해 먼저 깃발을 꽂는 방식의 사업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지금은 특정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