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23일 사의를 밝히면서 선도 금융그룹인 KB금융은 출범 1년 만에 선장을 잃는 위기에 처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회장 업무를 대행할 예정이어서 당장 조직 안정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수.합병(M&A) 등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전략 업무 추진에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오는 29일 KB금융 출범 1주년 기념식 후 공식 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정관상 황 회장의 사퇴 이후 그룹 부회장인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회장직을 대행하게 된다.

KB금융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임보다는 당분간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둘 방침이어서 강 행장 대행 체제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담 이사회 의장은 "당장은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차기 회장 선임은 천천히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 행장이 KB금융 자산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을 5년째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어 KB금융 조직 추스르기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 행장은 2004년 취임 이후 국민은행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고 3개 은행의 분산된 노조를 통합하는 등 내실을 다진 공로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회장 대행 체제에서 M&A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강 행장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하고 한누리증권 인수에 성공하는 등 M&A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회장 대행 신분으로서는 중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KB금융은 경쟁사들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증권사와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은행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강 행장이 당분간 KB금융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조직을 추스리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며 "강 행장이 무리한 M&A를 자제하는 등 절제 리더십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회장 대행으로서 M&A 작업에는 신중을 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