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 C&C 상장을 다시 추진,지주회사 체제 완성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SK는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SK C&C의 상장 시점을 11월로 잡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SK C&C→SK텔레콤 · 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SK는 완전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가진 SK C&C 지분(각각 30%,15%)을 매각,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연내 SK C&C 상장이 이뤄지면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보유하고 있는 SK C&C 지분 전량을 시장에 내다팔 방침이다.

투명경영 통한 회사가치 제고

SK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해 회사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계열사 간 지급보증과 순환출자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를 깨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하고,차입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간결해져 회사의 주식가치가 재평가받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SK 관계자는 "SK C&C의 상장을 추진하는 11월이 상장 시점으로 가장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하루라도 더 빨리 완성하기 위해 연내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며 "주식 및 회사가치 제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감안할 때 지주회사 체제는 SK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환출자 고리에 묶여 있던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SK C&C 지분 매각을 통해 각각 최대 6000억원,3000억원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지주회사 전환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중 하나다.

대기업 지주회사 전환 잇따라

SK의 지주회사 체제 완성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가운데 다른 대기업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주회사 설립 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준 덕분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홀딩스(가칭)와 ㈜한진해운으로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웅진과 STX그룹도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코오롱 역시 연내 ㈜코오롱을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1년 LG그룹이 국내 기업 중 가장 처음으로 지주회사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내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방안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앞당기는 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