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영국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뚜렷한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일본의 부동산 경기만 아직 한겨울이다. 땅값도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특히 도쿄권역은 10% 가까이 급락했다.

18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 7월1일 현재 전국의 기준지가는 1년 전에 비해 4.4% 하락했다. 일본의 기준지가는 지난해 1.2% 내린 데 이어 낙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까지는 상승했던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도 200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작년 하반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철수한 데다 기업들도 경비 절약을 위해 도심지 사무실을 줄이거나 변두리로 이전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용도별로는 상업용지가 5.9%,주택용지는 4.0% 하락했다. 상업용지는 2년 연속,주택용지는 18년째 떨어졌다. 지난해 상업용지가 0.8%,주택용지가 1.2% 내린 것에 비해 올해는 낙폭이 더 커졌다.

전국 2만2435개에 달하는 조사지역 가운데 땅값이 오른 곳은 상업지 1곳,주택지 1곳,공업지 1곳에 불과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의 평균 땅값 하락률은 8.2%에 달했다. 지방의 땅값 하락률 4.9%를 크게 웃돈 것이다. 특히 도쿄권역의 경우 땅값이 8.9%나 추락했다. 작년엔 6% 올랐다.

도쿄 등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은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 들어선 감소폭이 50%를 넘어 1996년 10월 이후 최악이다. 일본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월 수도권 아파트 신규 분양가는 채당 평균 4314만엔(약 5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 하락했다.

반면 다른 나라들에선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 홍콩에서 3억홍콩달러(약 467억원)짜리 초고가 아파트까지 등장하는 등 홍콩 고급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경제위기 이전 대비 26%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홍콩 최대 부동산업체인 선흥카이는 270m 높이 쌍둥이 빌딩의 펜트하우스 2채를 각각 3억홍콩달러에 내놓았다. 이 가격에 팔리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된다고 선흥카이 측은 밝혔다. 91층부터 93층까지 3개 층 총 371㎡를 차지하는 이 아파트의 ㎡당 가격은 81만5200홍콩달러(1억2700만원)다.

홍콩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는 중국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다. 홍콩 6위 부동산개발업체인 시노랜드는 지난주 팔린 10채의 아파트 중 5채를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구입했다며 다음 달 1일 시작하는 국경절 연휴 기간에 광저우와 선전에서 오는 투자자를 위한 '부동산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지난 5개월간 런던의 고급 부동산 가격이 6% 이상 올랐고 뉴욕의 주택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최근 경제 전망이 호전되면서 각국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 상무부는 전날 8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 대비 1.5% 증가한 59만8000건(연율 기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중국 포르투갈 호주 프랑스 스웨덴 등의 주택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세계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중국과 홍콩에선 통화당국의 유동성 축소가,미국에서는 압류주택의 지속적인 증가가 위험요소로 꼽힌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오광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