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를 방조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굴욕이 시작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7일 신용등급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도 이날 신용평가사들이 금융시장 붕괴를 초래했다며 조사에 나섰다.

SEC는 기존에 비해 좀 더 많은 신용평가 내역의 공개를 요구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신용평가사들이 악성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에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세계 금융위기를 부채질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새 규정은 이날부터 적용되며 신용평가사들은 2007년 중반 이후 평가활동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메리 샤피로 SEC 위원장은 "투자자들이 결정을 내리기 전 신용등급을 고려하는 만큼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EC는 신용평가사들을 증권법상 '전문가'로 분류할지도 고려 중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평가사들은 강력한 책임기준을 적용받는다. SEC는 또 은행들이 자사 금융상품을 유리한 등급으로 '쇼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받은 모든 사전등급을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공정한 신용평가를 위해선 은행과 신용평가사들이 채권을 평가하는 데 사용한 모든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대표적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가 부실자산에 대해 마구잡이로 높은 등급을 매겨 주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기관이 문제 자산의 위험성을 무시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으며,이를 통해 수십억달러의 수입까지 챙겼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