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더 이상 아이팟(애플의 MP3플레이어)을 만들어주는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기술 변화의 진원지다. '

미국의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16일 '중국의 기술혁명' 특집기사를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중국과 실리콘밸리 간 기술 격차를 더 줄이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의 기술제국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벤처캐피털저널의 레베카 패닌 편집인은 "해외 유학파들이 외국 기업을 모방하면서 이끈 첫 번째 창업 물결이 국내파 기업인들이 독자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거는 두 번째 창업붐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실리콘 드래곤(용 · 중국을 지칭)이 깨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기술혁신의 리더로 부상하는 지표는 지식재산권 출원에서 나타난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이미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재권을 출원한 기업에 올랐다. 화웨이의 매출은 지난해 233억달러에서 올해 300억달러로 늘 것으로 예상되며,매출의 70% 이상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나온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에서 출원된 지재권은 42만6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외국 기업의 출원은 7.3% 줄었지만 중국 기업의 출원은 28.9% 늘어났다. 외국 기업 가운데 한국의 지재권 출원이 29.6%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특히 상반기 중국 기업이 획득한 특허는 3만3443건으로 중국 내 전체 특허 획득 건수의 50.8%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외국 기업을 앞지른 것이다. 포브스는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서 제조)'에서 '인벤티드 인 차이나(중국서 창조)'로 사다리를 올라가고 있다며 풍부한 자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했다.

첨단기기와 인터넷 정보에 목말라 하는 13억 인구도 기술혁명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는 휴대폰 사용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7억명에 이르고 인터넷 사용자만도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3억3800만명에 이른다. 바이두가 야후를 제치고 세계 2위 검색업체로 올라선 것이나 알리바바닷컴이 세계 최대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한 뒤에는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시장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환경보호와 신성장엔진 발굴이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면서 그린산업에서도 비즈니스 기회가 분출하고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풍력터빈 시장은 올해 세계 1위인 미국을 제칠 전망이다. 태양광 패널에선 이미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포브스는 2020년까지 풍력터빈에서 2000억달러,태양광 관련 부품과 프로젝트에서 1000억달러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향후 청정기술 혁신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존 소니 등이 경쟁을 벌이는 e북(전자책)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예고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e북 시장은 올해 80만대에서 내년엔 무려 300만대로 급팽창하고 2015년이면 미국을 앞지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왕과 진커전자 등 중국의 e북업체들은 이동통신망을 통해 서비스가 가능한 e북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20만대를 판매한 한왕은 올해 50만대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산업도 기술혁신의 한 사례다. 중국 최대 TV업체인 TCL은 17일 광둥성 LCD단지 내에서 3차 프로젝트를 착공했다. TCL은 총 26억위안(약 4600억원)이 투입되는 LCD단지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3차공정이 완성되면 이 단지에서 연간 500만대의 LCD TV,800만개의 LCD 모듈,2000만대의 DVD와 600만개의 LCD 부품이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이 발표한 8세대 LCD패널 투자 규모만 806억위안(14조5080억원)에 이른다.

다국적 기업들의 첨단기술 이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샤프는 지난달 말 난징시와 8세대 LCD 공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계 LCD연구센터도 난징에 세우기로 합의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