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구제금융(Bailout)=환영에 지나지 않았던 주택 버블의 잔치판에 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서 막대한 돈을 빼내 그 북새통에서 빠져나올 만큼 영리하지 못한 이들에게 쥐어주기 위한 희한한 과세 기법.노아가 처음 사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리먼 브러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널리 이용되기 시작한 경제용어들을 신랄하게 비꼬았다.WSJ는 ‘악마의 사전-금융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리먼 파산 이후 일상용어로 자주 쓰이기 시작한 약어,신조어,새로운 정의들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이 특별한 안내 기사를 준비했다”며 이같은 풍자 기사를 실었다.‘악마의 사전’은 지난 1906년 앰브로스 비어스가 ‘냉소파 사전’으로 출간했다가 이름을 바꿔 재출간한 책 제목으로 당시 사회상을 냉소적으로 비틀었다.

이번 ‘악마의 사전’에 오른 단어중에는 정부의 금융위기 대책에서 나온 것들이 가장 많았다.‘부실자산구제계획(TARP)’는 “엉멍진창이 된 현실을 숨기고 은행이나 장작 같이 썩기 쉬운 것들을 보호하기 위한 12.99~7000억달러 정도 가격의 복합장치”이며 “정부가 논쟁을 피하기 위해 약어를 어떻게 쓰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로 정의됐다.‘경기부양책(Stimulus)’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되는 한도가 알려지지 않은 납세자들의 돈”이라고 쓰여졌다.

‘은행파산(Bank Failure)’은 “미 전역의 마을들이 무책임한 지방은행가들에 의해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무책임한 사모펀드 투자자에게 시장을 열어주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됐다.‘신용평가업체(Credit Rating Firms)’의 경우 “불충분한 신용을 갖고 불충분한 평가작업을 하는 업체”라고 비판했다.금융위기를 키운 파생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대해서는 “현대 자본주의를 파괴한 복잡한 금융도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또 ‘좋은 은행(Good Bank)’은 “분별력있고 보수적이며,위험기피적인 금융사를 지칭했지만 이제는 쓰이지 않는 고어”로,‘나쁜 은행(Bad Bank)’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모든 은행,특히 골드만삭스”라고 ‘악마의 사전’은 평가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