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 마세요. " "전 두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

서울 서남부 최대 복합쇼핑몰인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개장 첫날인 16일 30만명을 끌어모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개점을 두 시간 앞둔 오전 8시30분께부터 인파가 몰려 개점 직후엔 에스컬레이터가 한때 멈춰섰을 정도였다.

고객들이 먼저 찾은 곳은 신세계백화점 화장품 매장.'SK-Ⅱ'의 마스크팩 · 에센스 · 로션 샘플키트 350개와 '에스티로더'의 나이트리페어 샘플 300개는 30분도 안 돼 동났다. '블루핏' 매장에서 나눠주는 트루릴리전 청바지 한정판매 번호표 100장도 20여분 만에 다 나갔다.

김포에서 온 김모씨(53 · 여)는 "30분을 기다려 2개에 1만5000원하는 프라이팬을 겨우 샀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께 지하 주차장(2100여대)과 신세계 VIP주차장(300대)은 이미 만차였고 주변 3차선 도로는 하루종일 마비됐다.

고객들의 첫 반응은 '넓고 쾌적하다'는 것.영등포에 사는 김모씨(45 · 여)는 "넓고 휴식공간이 많아 쇼핑하기 좋다"며 "특히 명품 매장에 상품 구색이 많아서 좋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14,15일 신세계의 프리오픈에서 명품 매출은 6억2400여만원을 기록했다.

교보문고를 찾은 박선희씨(20 · 여)는 "집 근처 개봉동에 대형서점이 없어 온라인서점을 이용했었는데 넓고 쾌적해 한 시간째 책을 읽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남부권에 처음 진출한 SPA(생산 · 유통 일괄관리) 브랜드 '자라'(1162㎡)와 '망고' 매장(1203㎡)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조은미 망고 점장은 "자라와 마주보고 있어 취향이 비슷한 고객을 유인해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음식점 한일관은 점심시간 내내 240석이 꽉 차 30여명이 길게 줄을 섰다.

드넓은 쇼핑몰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박모씨(53 · 여)는 "너무 넓어 지도가 없으면 다니기 힘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안내원들도 매장이 낯선지 수시로 안내책자를 들여다보며 "지원을 나온터라 어디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첫날 고객 반응에 대해 경방,신세계 등 관련 업체들은 크게 만족하는 표정이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의 2호점인 영등포점이 위상에 비해 초라한 점이 있었는데 리뉴얼을 통해 지역 1번점으로 완성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2007년 경영에서 물러난 뒤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85)도 모처럼 개장식에 나왔다. 전경련 회장을 두 차례 지낸 김 회장은 다소 거동이 불편한 데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과 담소를 나누고 매장 곳곳을 둘러봤다. 그는 "아들들(장남 김준 사장,차남 김담 부사장)에게 맡겨 놨는데 그동안 애쓴 보람이 있다"며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송태형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