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1개 재벌기업 소속 계열사 가운데 지배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곳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6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동일인(사실상 기업집단의 지배자)이 자연인(사람)인 31개 기업집단의 917개 계열사(공시자료 없는 67개사 제외)에서 지배주주 일가가 한 명이라도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평균 28.24%에 불과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회사와의 거래시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하는 대상의 범위를 등기이사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 그리고 그들이 지배하는 회사로만 한정하고 있어 정작 회사와 거래가 빈번한 지배주주 일가는 규율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배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 계열사의 비율을 보면 동부와 효성그룹이 10% 미만, SK, LG, CJ, 금호아시아나, 한화, 신세계 그룹 등은 20% 미만이었다.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로 재직 중인 계열사의 비율이 70% 이상인 기업집단은 현대와 한진중공업, 세아그룹 정도였고, 삼성과 현대중공업 그룹은 단 한 곳도 없다.

연구소는 삼성의 경우 `삼성비자금' 사건 이후 그룹 경영쇄신 차원에서 총수일가가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고, 현대중공업은 총수(정몽준)가 정치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 기업현실에서는 회사와 지배주주 일가 간의 거래가 별 제약 없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경영권 유지나 승계를 위해 불법적 사익추구 행위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며 "하지만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경우가 30%에도 못 미쳐 현행법상으로는 이들의 불법적 사익추구 행위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최선의 방법은 상법 개정안에 규율대상의 범위를 지배주주 일가, 즉 사실상의 이사로 확대해 회사와의 거래시 이사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