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앞다퉈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일부 상품의 경우 최고 금리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해 실제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계 은행이 최근 내놓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조건이 더 지나치고 이자계산법도 국내 시중은행들과 달라 잘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입출금식 상품인 `두드림 통장'은 카드 결제 통장으로 사용하면 신용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최고 연 6.1%의 금리를 준다.

수시입출금식 통장 금리치고는 상당히 높은 금리인 셈이다.

하지만 일반 고객이 최고 금리를 받는 관문을 통관하기란 쉽지 않다.

두드림 통장의 기본 이율은 연 3.6%이다.

한 달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만 원 이상 돼야 연 2.4%의 우대 금리를 주는데 이것도 통장 잔액 1천만 원까지만 적용한다.

월 카드 사용액이 20만 원 이상∼50만 원 미만이면 0.2%포인트, 50만 원 이상∼80만원 미만은 0.4%포인트의 가산금리가 각각 붙는다.

시중은행 예금 담당자는 "일반 고객들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은 30만∼5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4.0% 안팎의 금리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며 "최고 금리만 보고 가입했다가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입출금식 계좌에 많은 돈을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만 원 이상이라 하더라도 신용카드 대금이 빠져나가면 실제 높은 이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통장 잔액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드림 통장의 경우 먼저 들어온 돈이 먼저 빠져나가는 `선입선출' 방식이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 상품은 한 달(31일) 이상 예치한 자금에 대해서만 3.6%의 이율을 주고 30일까지 예치한 자금은 0.01%만 주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통장에 한 달 이상 돈을 묵혀 둬야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판매 중인 자유 입출금식 예금인 `참 똑똑한 A+ 통장'도 선입선출 방식이 적용된다.

입금건별로 최초 30일간은 세전 연 0.1%, 31일 이후에만 최고 연 4.2%의 금리를 준다.

은행권 관계자는 "선입선출 방식으로 각종 공과금이나 생활비 등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면 통장에 한 달 이상 남아있는 돈은 사실상 많지 않게 된다"면서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이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하루하루 잔액을 평균해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벌인 설문 결과에서도 직장인 2명 중 1명은 월급을 전부 써버리는데 평균 17.2일이 걸린다고 답한 바 있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들이 고금리 정기예금에 가입해 2~3개월 단기로 자금을 굴리려는 고객들 뿐 아니라 결제계좌를 유치하기 위해 이런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각종 우대금리 항목을 붙여 최고 금리를 높인 정기예금을 선보여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최고 금리 문턱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은 1년 만기에 대해 최고 연 4.50%를 주지만 예치 금액이 최소한 5천만 원 이상은 돼야 하며 이 은행의 `투인원적립식예금'도 1억 원 이상 가입해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도 5천만 원 이상 맡겨야 우대조건에 따라 최고 3.9%의 금리가 제공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