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현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15일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도 국내 휘발유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환율 상승과 맞물려 유류세,원유관세 등 관련 세금의 부과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휘발유 가격 결정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 마치 정유업계가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석유협회가 이날 내놓은 '유가 및 환율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103.6달러에서 올해 8월 71.4달러로 31.1% 떨어졌다. 반면 국내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값은 같은 기간 ℓ당 1698원에서 1670.7원으로 1.6% 낮아지는 데 그쳤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음에도 국내 휘발유값이 요지부동인 까닭은 환율과 세금 상승이 결정적 이유라는 게 협회 측 시각이다. 이 기간 원 · 달러 환율이 997.1원에서 1252.5원으로 25.6% 급등했고 유류세도 ℓ당 814.9원에서 890.9원으로 9.3% 올랐다는 것.원유관세도 1%에서 3%로 2%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기준 국내 주유소 판매용 평균 휘발유값(1670.7원) 중 세금 비중이 53%를 차지했다.

오 회장은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원유수입가격 대비 제품판매가격의 차이) 악화로 오히려 상반기에 1250억원의 영업손실액을 기록했다"며 "고유가 현상은 환율 상승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는 만큼 유가 인하 효과를 보려면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단계별 정유사 공급가격을 공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의 평균 가격만 공개하는 현행 제도를 도입할 때도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기존 제도에 따른 휘발유값 인하 효과를 더 분석한 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