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1주년을 맞아 월가를 찾은 자리에서 강력한 경고를 쏟아냈다.

무분별한 행동과 과욕,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 위험의 감수, 부풀려진 보너스에 대한 욕심 등 오바마 대통령은 위기를 초래한 월가의 탐욕을 지적하며 이런 잘못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월가에 있는 페더럴홀에서 가진 연설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교훈을 배우려 하지 않고 이를 무시하려는 금융기관들이 일부 있다.

이는 자신들 뿐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이번 위기를 불러온 방만하게 행동하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이미 위기를 불러왔던 위험한 투자에 다시 나서고 고액 연봉 관행도 부활하는 등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위기 1년을 맞아 나오고 있다.

월가는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회사의 몰락과 합병, 대규모 해고사태 등의 격변을 거치면서 크게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과도한 보너스에 규제가 가해지고 월가 금융인들의 방만한 씀씀이도 줄어드는 등 모든 것이 넘쳐나던 시절은 지나갔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위기 1년이 지난 지금 수익을 내기 위해 무엇인가 새로운 방법, 또는 투기적 수단을 찾는 월가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위기를 불러온 원인이었던 모기지를 증권화해 투자자들에게 파는 영업에 다시 나서는 등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리스크가 큰 투자에 또 입맛을 다시고 있다.

AP 통신은 월가 금융회사들이 위험도가 높은 모기지 증권을 쪼개 위험도가 낮은 모기지 증권과 섞은 뒤 이를 저위험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생명보험 계약의 만료 전에 이를 증권으로 유동화해서 매매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는 생명보험 유동화 상품을 고안하는 등 월가가 다시 위험한 투자를 조장하려 한다는 지적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파생금융상품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통화감독청(OCC)의 집계결과 지난 3월 말 현재 미국 금융시스템내의 파생상품의 명목가치는 14조6천억달러로, 3개월 전보다는 8% 줄었지만 3년전 5조5천억달러에 비하면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또 금융위기 직후에는 위험도가 큰 자산 거래가 거의 중단됐었지만 은행들은 최근 각종 거래(트레이딩)로 올리는 수익 비중을 늘리고 있다.

2분기에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의 거래 수익은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러 2년전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사이먼 존슨은 AP 통신에 "은행들이 전과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위험 재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위기 이후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고액 보수 관행도 되살아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에 직원들에 대한 보수와 혜택으로 66억달러를 지출해 2년 전보다 34% 많았다.

올 상반기 상위 5개 은행이 직원보수를 위해 유보한 자금은 610억달러로 1년 전의 650억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수 만명의 직원들이 해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지급액은 오히려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