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월스트리트를 주름 잡던 유명 금융인들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월가에서 가장 유명했던 몇몇 금융인들이 금융위기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일자리를 찾거나 소송에 휘말려 있다면서 리처드 풀드 전 리먼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 등의 근황을 소개했다.

몰락한 리먼브러더스를 이끌었던 풀드는 지난 3월 직원 3명을 둔 금융자문업체 매트릭스 어드바이저스를 차렸다.

투자자들을 호도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소송에 휘말려 있는 그에게 많은 친구들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라고 조언했지만 그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풀드는 쉴 때는 플로리다와 아이다호주의 저택에서 휴가를 보내며 그의 친구들은 풀드가 골프를 하거나 아이다호에서 하이킹을 즐긴다고 말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전 CEO는 현재 알코아 등 몇몇 회사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테니스와 골프 등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닐은 메릴린치가 2007년 3.4분기에 회사 역사상 최대인 22억4천만달러의 분기 손실을 기록한 데 책임을 지고 퇴진했었다.

오닐의 후임인 존 테인 전 CEO는 몇몇 회사의 이사직을 맞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그의 대변인은 밝혔다.

테인은 몰락 위기에 놓인 메릴린치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한 뒤 보너스 문제 등이 불거진 지난 1월 BOA를 떠났다.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전 CEO는 코넷티컷주 그리니치의 집을 매물로 내놓은 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워싱턴의 컨설팅업체에서 자문활동도 하고 있다.

프린스는 씨티그룹의 모기지 관련 손실 등 대규모 부실이 처음 불거진 2007년말 퇴진했다.

씨티그룹은 그의 퇴진 이후에도 부실이 커지면서 결국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받았고 정부가 대부주인 금융회사로 추락했다.

미국 최대의 모기지회사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창업자인 안젤로 모질로 전 CEO는 소송 대응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기지 부실로 어려움을 겪던 컨트리와이드가 지난해 BOA에 인수된 이후 모질로도 물러났지만 그는 투자자를 오도하고 자신은 주식을 미리 팔아 이득을 취한 내부자거래 혐의 등으로 증권당국에 의해 고소됐다
한편 화려했던 명성을 잃고 추락한 이들과는 달리 금융위기를 예견한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 처럼 떠오른 사람들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루비니 교수가 지난해 초만 해도 학문적으로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금융위기를 예견한 인물이 되면서 경제정책에 관한 대중 토론 등에서도 저명한 인물이 됐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