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파생금융상품 투자손실 책임을 물어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전 우리은행장)에게 내린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원래는 해임 사유에 해당되지만 정상참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기자단 세미나에서 "평면적으로 보면 황 회장은 '해임'에 해당되지만 당시의 경제여건을 고려했고 자신이 고의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직무정지보다 한 단계 낮은) 문책적 경고를 받았던 은행장들이 주식투자와 분식회계 등으로 은행에 끼친 손실 규모가 1000억원 수준이었다"며 "황 회장이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은행에 손실을 입힌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특히 "민간회사에서 이만큼의 손실이 발생했다면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어떤 조치가 내려졌겠느냐"면서 "당장 주주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직무정지가 최소한의 징계수위였음을 강조했다.

황 회장 징계건에 대해 공식발표 외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던 진 위원장이 이 같은 경고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14일 KB금융지주 이사회를 앞두고 거취를 고민 중인 황 회장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진 위원장은 황 회장 측이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천재지변은 누구나 겪는 것이고 그 결과는 같아야 한다"며 "하지만 유독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가 많았고,손실 규모도 훨씬 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초점은 우리은행이 고위험 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투자하면서 위험관리를 하지 않았던 점"이라고 밝혔다.

투자손실 책임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황 회장이 멀쩡한 리스크 관리규정을 바꿔가면서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줘 투자하게 했다"고 주장,황 회장이 우리은행의 CDO와 CDS 투자를 사실상 지시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행장 지시사항과 투자실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문답서를 보면 황 회장 주도로 투자가 이뤄졌으며 실무자는 그런 방침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책임론과 관련,진 위원장은 "감독 책임은 국회나 감사원에서 별도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