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의 조기 시행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위기 때 취했던 여러 비상 조치들도 서둘러 정상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점화된 출구전략 논란
출구전략 논란은 지난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기 시행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때마침 발표된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한 차례 불거졌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이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거듭 강조하고 나서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출구전략의 핵심 책임자인 중앙은행 수장의 강경발언으로 두 달 만에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조기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의) 판단과 집행은 결국 우리 몫"이라고 선을 그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준금리가 일부 인상되더라도 그 상태가 여전히 금융완화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금융완화 기조의 폐단이 크게 나타나고 확산된다면 정책기조를 재고해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등할 경우 출구전략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조기인상 전망 잇따라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기준금리가 조만간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총재 스스로 인정했듯 7개월째 유지되고 있는 기준금리 2.00%는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과 SK증권 등 증권사들이 먼저 `11월 금리 인상설'을 제기했다.

삼성증권은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올려 연내 기준금리가 2.50%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이 총재의 발언은 연내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라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동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므로 10~11월 상황을 살펴보고 연내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도 "한은이 내부적으로는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구전략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인 만큼 10월 중에라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이르다" vs "서서히 올려야"
아직까지는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조금 더 우세해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때까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든 한은이든 당장 금리를 올리기에는 이르다는 점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일 것"이라며 "4분기 경기 상황과 물가, 자산가격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최복희 재정금융부장은 "중소기업들은 경영자금을 대부분 꿔 오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경영난에 부딪힌다"며 조기 금리 인상이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이 총재의 발언이 실제 조기 금리 인상으로 연결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아직 많고 물가 상승폭도 크지 않을 텐데 굳이 올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금리 인상이 경제 회복이나 서민ㆍ중소기업에 주는 타격이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김상조 소장은 "출구전략은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자는 의미가 아니다"며 "0.25~0.50%포인트를 올리더라도 이미 상당히 올라 있는 시장금리를 뒤따라가는 성격이 강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고, 경기 회복과 대출자들을 심각하게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올라가는 방향만 갖고 완화와 긴축을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 회복과 시중 유동성 상황에 맞게 `조절'할 뿐이지 당장 `긴축'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비상조치 해제' 공감대 형성
기준금리를 제외한 비상조치들은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 차원에서 하나둘씩 거둬들일 시기가 됐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정책 당국이 조성한 각종 지원 제도,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완화 등 양적 완화 조치들이 더는 유지될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금리 인상에 앞서 다른 조치를 통해 공급했던 자금부터 회수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채무 만기연장과 지급보증 등을 철회하는 부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본부장도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조치들은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측면에서도 조금씩 거둬들여야 한다"며 이들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윤선희 김호준 홍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