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가 완연한 '플러스' 추세로 돌아섰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0%에 묶여 있지만 각종 시중금리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는 생산활동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경제 전반에 자금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경쟁을 벌이는 점도 요인이 되고 있다.

아직은 실질금리가 1%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예전의 2%대를 회복하면 시중자금의 대이동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상품 금리, 이미 4~5%대
먼저 시중금리의 상승세를 이끈 곳은 금융기관들이다.

은행과 증권사는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를 놓고 한차례 경쟁을 벌인 데 이어 앞다퉈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최고 5%대 상품을 선보인 상태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초 예치 기간에 따라 최고 5.1% 금리를 지급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을 출시했다.

신영증권도 CMA에 대해 가입 시기와 한도에 따라 5.0%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CMA 상품을 내놓은 증권사도 수익률을 5% 부근으로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달부터 '우대수익형 CMA'의 최고 수익률을 4.5%에서 4.7%로, 현대증권은 '현대 CMA pro'의 최고수익률을 4.1%에서 4.6%로 올렸다.

은행들도 1년만기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를 4%대 초중반까지 끌어올렸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1년만기 '키위정기예금'의 금리를 0.01%포인트 올려 최고 4.4%의 금리를 주고 있으며, 국민은행의 1년짜리 '국민수퍼정기예금'에는 최고 4.0% 금리가 적용된다.

신한은행의 1년만기 '민트정기예금'도 7월 말 최고 3.5%였으나 현재 최고 4.1%가 적용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 금리가 상승 추세이고 펀드를 해지한 고객들의 자금을 은행 예.적금 계좌로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9~10월 판매한 고금리 특판예금의 만기가 속속 돌아올 예정이어서 은행들이 예금 재유치를 위해 예금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 시중자금 흐름 변화 예고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경기 위축으로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은행에 돈을 맡겨 두면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는 부(負)의 자산효과로 이어지면서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동시에 금융기관의 자금분배 기능이 왜곡되고 자산버블을 불러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플러스' 금리는 자금수요가 늘어나면서 점차 경제활동이 정상화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통상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하거나 물가가 폭등하는 비정상적인 여건에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게 된다"며 "최소한 그런 상황에서는 벗어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질금리 상승은 시중자금의 흐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실질금리가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저금리 시대의 종언'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점차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자금흐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실질금리가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으로 오르면 예금으로 자금유입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아직은 상승폭이 크지 않아 특판 상품을 중심으로 일부 자금만 이동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최근 금리가 상승추세인 채권과 투자자산인 증시, 예금 등으로 자금이 분산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