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청약에 나서는 초대형 기업들의 공모에는 시중자금이 대거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초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부동자금이 여전히 풍부한 데다 증시 회복으로 공모주 청약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가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한 데 따라 공모가격도 지난 상반기보다 높게 책정되고 있어 투자 수익률 기대치를 낮춰 잡아야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 일정이 윤곽을 드러낸 기업 가운데 공모규모가 1조원 수준에 육박하는 곳만 진로 포스코건설 SK C&C 등 세 곳에 달한다.

진로가 이달 21~22일 최대 8640억원 규모의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고 동양생명(4404억원) 포스코건설(9886억원) 등이 순차적으로 청약을 받는다.


다음 달에 일반 청약을 실시할 예정인 SK C&C의 공모금액은 올해 최대인 1조125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1989년 상장한 한국전력공사(1조2731억원) 이후 최대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해 모린스 쌍용머티리얼 등의 공모주 청약도 줄지어 있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우량기업들의 공모에는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하이닉스의 7200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사상 최대인 25조8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던 데서 보듯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6개월 미만 은행 예금과 CMA(종합자산계좌)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 유동자금은 8월 말 기준 360조~370조원에 달한다. 이 증권사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 상황을 감안할 때 2007년 576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 공모에 17조원이 몰렸던 삼성카드 때보다 많은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시중자금이 공모주시장으로 대이동하면서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장은 "시중 유동성이 공모시장으로 일시에 몰리면 증시에 일시적인 유동성 공백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량기업들의 잇단 상장으로 지난 상반기에 나타났던 공모주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규모가 작은 코스닥기업들의 공모가 대부분이어서 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지만 이번엔 초대형 기업들이 많아 투자 기회가 그만큼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오 한국투자증권 IPO팀장은 "주요 우량기업들의 경쟁률은 높겠지만 공모규모가 커서 1000 대 1의 경쟁률이 속출했던 상반기 코스닥기업 공모 때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공룡 공모주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상반기 때보다 낮춰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강 팀장은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해 공모가가 비싸게 책정되고 있어 수익률 기대치를 낮춰 잡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팀장은 "통상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정해졌던 코스닥기업들과 달리 과거 사례를 보면 대형 공모주들은 '대박'을 안겨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3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동국S&C는 시초가가 공모가(1만1000원)보다 낮은 9900원에 형성돼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