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이 경영난에 빠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자동차 강국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와 캐나다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 컨소시엄은 10일 4개월여간의 협상 끝에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과 복스홀 인수에 성공했다. 스베르방크와 마그나는 오펠 지분 27.5%씩을 나눠 갖고,총 5억유로를 투입키로 했다. 나머지 지분 35%는 GM,10%는 GM유럽 직원들이 갖는다. 또 러시아 가즈자동차와 협력해 가즈 공장에서 오펠 자동차를 생산,러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중국 베이징자동차는 지난 6월 GM의 스웨덴 자회사인 사브 인수자로 선정됐으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웨덴 럭셔리카업체 코닉세그와 협력,사브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리자동차는 국영업체와 손잡고 포드의 볼보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선진 자동차업체 쇼핑에 나서고 있는 건 선진 기술과 해외 시장을 동시에 획득하고 자국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최대 자동차업체인 아브토바즈 지분 75%를 인수해 국유화하고 프랑스 르노 등과 제휴를 강화하는 등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중 · 러의 GM 브랜드 인수를 놓고 미국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오펠 매각은 GM의 최대 실수"라며 "GM 글로벌 판매의 18%를 차지하고 친환경 소형차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오펠을 매각함에 따라 미래 먹거리를 날려버린 셈"이라고 보도했다. 마그나의 경영능력과 러시아로의 기술유출 가능성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M이 지난 7월 베이징차의 오펠 인수 시도를 지식재산권 문제를 들어 반대했던 것과 같이 사브 인수도 기술유출 등 문제에 따라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