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해외 디지털 콘텐츠 시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25억달러(약 3조500억여원)로 한국 시장 규모(2조7500억여원)를 넘어섰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한국이 중국에 시장 규모 1위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2006년 1조2000억원대에 불과해 1조7000억원대의 한국에 크게 뒤졌으나 2007년 2조원 선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한국과의 격차를 좁혀 왔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올해 4조원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는 중국 내 초고속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증가가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5년 8.5%에 불과했던 중국 인터넷보급률은 2007년 16.5%,지난해엔 22.6%에 달했다. 중국 온라인게임 이용자도 2006년 이후 매년 1000만명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4년 1495만명이던 게임 이용자는 지난해 5500만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여기다 불법 복제 등의 문제로 비디오게임,PC게임이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중국시장의 특성이 온라인게임에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늘어나는 게임 인구의 대부분을 온라인게임이 고스란히 흡수하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업체들이 자국인 입맛에 맞는 게임을 앞세워 잇달아 빅히트를 치고 있는 것도 중국 게임 시장 확대에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중국 업체인 텐센트가 개발해 서비스하는 QQ댄서와 QQ스피드는 7월 말 기준 중국 PC방 게임 순위에서 각각 3위와 5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06년까지만 해도 중국 현지 업체들이 만든 게임은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빠른 시장 성장과 함께 중국산 온라인게임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보였던 그래픽 분야에서 중국업체들은 거센 추격에 나서고 있다. 텐센트 QQ스피드의 경우 넥슨의 카트라이더를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지만 그래픽에서는 한수 위라는 평가를 현지에서 받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 개발 초기 단계에 가장 중요한 스토리텔링 부문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화와 민담 등 전통적인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이즈에서 개발한 몽환서유는 서유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