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초과학의 발전과 신산업 창출의 수단으로 거대과학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5대 거대과학 분야는 우주개발,지구관측,인간유전체 기능분석,핵융합,입자가속기 분야라고 한다.

5개 분야 중 핵융합은 최근 정부 주도로 빠르게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분야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로,이를 지구에서 구현해 인류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다. 바닷물에서 추출하는 중수소와 리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삼중수소를 원료로 하는 핵융합 발전은 풍부한 자원,에너지 효율,친환경성 등에서 기존 에너지원의 한계를 뛰어넘는 녹색에너지인 것이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에너지 주권을 가져다 줄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적절한 시기에 핵융합에너지 개발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KSTAR 덕분이다. 1995년 KSTAR 개발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이미 핵융합 장치를 건설하고 운영에 성공한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시도하지 않은 신소재 초전도 자석(Nb3Sn)을 활용한 핵융합 장치의 개발에 성공하였고,선진국들이 갖지 못한 핵융합 기술들을 인정받아 인류 최대 과학 프로젝트인 ITER(국제핵융합실험로)에도 당당히 참여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핵융합 기술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10여년 만에 선진국의 핵융합 장치 건설기술과의 차이를 좁힐 수 있었던 것은 1997년 IMF 경제위기와 자원 · 인력부족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향한 산업계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체가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한 덕분에 경기침체가 심각했던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에도 ITER 국제기구를 포함한 해외로부터 핵융합 분야에서만 약 61억원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주한 바 있다.

지난 9일 대전의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는 KSTAR 본격가동 기념식이 열렸다. '본격가동'이라는 말은 다소 생소하지만,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KSTAR가 이제 주장치의 성능검증 단계를 마치고 본래 목적인 플라즈마 운영을 통한 핵융합에너지 연구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KSTAR의 본격가동 소식은 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ITER가 운전을 시작하는 2018년 이전까지 국제적 수준의 연구를 담당할 선행 모델 장치를 찾고 있는 가운데,KSTAR가 세계 최초로 ITER와 동일한 초전도 자석을 사용해 이미 운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KSTAR는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거대과학의 틈새를 노려 적절한 투자로 기초과학 역량 강화와 대규모 국제 공동프로젝트 참여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존에 우리나라가 채택해온 '선진기술 추격전략'의 한계를 벗어나 주도적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성장 동력화할 때다. 이제 본격 가동 단계에 들어선 KSTAR가 인류 공동의 꿈이자 미래 녹색에너지의 희망인 '핵융합 에너지'를 실현하고,우리나라를 에너지 자립국을 넘어 에너지 수출국으로 이끌 날을 기대해본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