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넘게 경제 분야에 몸담았는데 요즘처럼 정신없는 것도 처음입니다. "

한나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기획재정 · 정무 · 예결)인 김광림 의원(사진 · 경북 안동)은 요즘 국회서 가장 바쁜 인물로 꼽힌다. 내년 예산안을 놓고 정부와 당 사이 막바지 조정작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협의를 앞둔 10일 오전 그의 사무실은 서류를 든 정부 관계자와 당 정책위원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일주일에 당정협의만 10여차례다.

김 의원은 "내년 국가 살림살이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경제 회복 속도가 달라진다"며 "꼼꼼히 검토하려다 보니 밤을 새워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밝혔다. 전날 저녁에는 기획재정위 담당자들을 긴급히 불러 심야까지 '번개 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그는 "내년 예산은 성장뿐만 아니라 서민을 위한 따뜻한 정책 실현에 초점을 기울이겠다"면서 "맞벌이 부부들의 보육 걱정을 줄이기 위해 전국 초등학교에 방과후 '돌봄 공간'을 만드는 등 당 차원에서 여러 아이디어들도 제기됐다. 예산에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부터 김성조 의장과 함께 2기 정책위를 이끌어 온 그는 당의 대표적 경제통이다.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등을 거친 데 이어 지난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다. 옛 경제기획원 출신의 '예산맨'들 사이에서 '대형(大兄)'으로 불릴 만큼 친화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영남대 선후배 사이인 김성조 정책위의장과는 손발이 잘 맞다.

이 때문에 아직 초선임에도 사실상 공석인 수석정조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행시 14회로 1기 정책위를 이끌었던 임태희(24회)-최경환(22회) 의원보다 기수로는 선배다. 두 의원이 최근 입각하자 '당 정책라인을 대신 채워달라'는 요청도 커졌다. 공석이 된 예결특위 간사로도 거론됐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임태희-최경환으로 대표되는 지난 1기 정책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상임위의 이견이 노출될 때 조용히 그 틈을 메우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1기 정책위팀이 역대 최강의 전문성을 발휘했다면 2기는 '소리없이 든든한 균형추'가 되겠다는 의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