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제45회 울산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리커브 종목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하면서 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얼굴)의 끝없는 양궁사랑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이 양궁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대한양궁협회 2대 회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이후 1999년까지 네 차례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양궁 한국의 전설을 창출했다. 지금도 명예회장으로 양궁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고 있다.

정 회장이 양궁협회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저변확대.당시 자회사인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팀을,인천제철에 남자 양궁팀을 창단하는 등 실업팀 창단을 유도했다. 이 결과 현재 26개 실업팀이 활동하면서 한국 양국이 20여년간 최강으로 군림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200억원을 쏟아 부으며 양궁 선진화를 이끌었다. 레이저를 활용한 조준기가 부착된 연습용 활을 제작한 것을 비롯 △선수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산 프로그램 개발 △실제 상황과 같은 조건에서 훈련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기법 도입 △공수특전단 훈련 등 창의적인 훈련방법 개발 △투명한 대표선발 제도 도입 등이 그의 작품이다.

정 회장의 양궁사랑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순수한 애정 때문이다. 그는 경기 전과 경기 후에는 어김없이 선수들과 함께하며 격려했다. 대회 기간 중에는 한국 음식을 직접 챙겨주기도 했다.

1991년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때 물 때문에 고생하는 선수들을 위해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 때 일반 관중석에서 2~3시간 동안 열렬히 응원하는 것도 양궁에 대한 순수한 애정 때문이다.

정 회장은 1989년부터 1998년까지 아시아양궁연맹회장으로,1993년부터 1999년까지 국제양궁연맹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양궁계에 한국 양궁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정 회장의 끝없는 양궁사랑은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통해 대물림되고 있다. 2005년부터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은 울산 대회를 앞장서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정 회장 부자의 대를 이은 양궁사랑만큼이나 현대차도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 과정에 들어서며 '글로벌 빅4 '를 향해 순항 중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