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지금 금융완화(돈이 풀려 있고 금리가 낮은 상태) 강도는 상당히 강력한 것이며 기준금리가 일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완화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멀지 않은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져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전체적인 경제상황이 계속 개선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주택시장이 불안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연 2%로 인하했으며 이후 7개월 연속 동결했다.

이 총재는 "정책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데 이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빚을 끌어가면서 주택을 사도록 만드는 부작용은 없는지,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올리지는 않는지,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쪽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저금리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이라든지 주택 관련 대출 증가 등의 부작용이 고용이나 경제상황 호전 등의 혜택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쪽으로 판단이 자꾸 기울어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선 "궤도를 수정하는 것은 상당한 정도의 금융완화 기조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그런 신호가 많이 나타나는 때"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시장에선 연말께 금리 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구전략(비상시 풀어 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것에 대해선 "그런 의견들을 경청하겠지만 통화정책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결국 한은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와 관련해 "우리한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선진국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는 외환제도와 관련,"외국 자본이 들락날락하다 보니 국내 주가 금리 환율 등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외국자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관리할지가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금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우려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날보다 0.21%포인트 뛴 연 4.50%를 기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