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시장 매물로 재등장한 대우건설[047040]의 매각 작업이 국내 대기업들의 시들한 관심 속에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및 산업계 안팎에서는 대우건설의 해외 매각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 국내 대기업들, 대우건설 '글쎄'

10일 금융계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로부터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받은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들 중에서 실사 결과가 담긴 입찰개요서를 받아보기 위해 주간사와 비밀유지동의서(CA)를 체결한 곳은 7곳 내외로 집계됐다.

추가로 10여 곳도 주간사와 CA 체결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간사가 투자안내서를 보낸 곳들이 국내외 기업 및 펀드 등 총 50여 곳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대우건설에 대한 관심도는 아직까지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간사와 CA를 체결한 곳들 중에서 국내 기업은 한화그룹 한 곳밖에 없고 나머지는 해외 기업 및 투자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CA를 체결한 한화그룹도 대우건설 인수설에 대해 "한화가 대우건설 인수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는 근거 없다"며 "올해 M&A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초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서는 국내외 기업 및 투자자 12곳이 관심을 보이며 주간사와 물밑 접촉을 벌였으나 주로 국내 기업보다 해외 건설관련 업체 및 사모펀드 등 외국계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 왔다.

대우건설에 관심을 보인 일부 국내 기업들도 실무자선에서만 검토했을 뿐 그룹 경영진에서는 직접적인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대우건설 매각 관계자들은 전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전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뜨겁지 않다"며 "더구나 국내 기업들보다 해외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관심 있는 투자자들의 반응을 좀 더 기다려볼 예정"이라며 "매각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조금 늦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기도 내달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대우건설 공개 매각…순탄치 않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우건설의 공개 매각에 대한 시장 반응이 예상 외로 뜨겁지 않은 데 대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4조 원 이상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내외 경기 여건도 여전히 불투명해 국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경기가 완연하게 풀리지 않았는데 선뜻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풍부한 유동성으로 M&A에 나설 대기업 수는 제한적인 데 반해 대우건설뿐 아니라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인터내셔널 등 대형 기업들이 한꺼번에 시장 매물로 이미 나왔거나 대기 중이라는 점도 대우건설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을 해외 기업이나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안도 반대 여론 등에 부딪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건설, 쌍용건설, 금호생명 등 5개 기업의 노동조합은 지난 8일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매각된 기업들이 인수자로부터 우량자산을 약탈당한 채 또다시 부실 위험에 놓이게 됐다"며 "고가매각이나 편법매각, 투기자본매각, 무분별한 해외매각 등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