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제당업계에는 '베네수엘라 패러독스(역설)'란 말이 있다.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포퓰리즘 정권인 우고 차베스 정부가 인위적으로 설탕값을 끌어내리려고 가격 통제에 나섰다가 오히려 설탕 가격이 7배나 폭등한 '정부의 실패'를 꼬집는 표현이다.

차베스 정부는 2003년부터 설탕,밀가루 등 서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400여개 생필품인 '차베스 물가' 품목에 대해 가격 통제에 나섰다. 특히 설탕은 EU의 덤핑 물량을 무관세로 수입해 정부 고시가격으로 묶었고,그 결과 제당업체들은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줄줄이 문을 닫고 말았다. 설탕 공급부족 사태에 직면하자 매점매석과 함께 설탕 암시장이 형성됐고 암시세는 정부 고시가격의 7배까지 치솟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차베스 정부는 최근 설탕 고시가격을 47% 올렸지만 이미 붕괴된 제당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미국도 설탕 관세를 철폐할 경우 연간 6억~8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논리가 부각돼 2002년 관세 폐지를 위한 공청회까지 열렸다. 그러나 1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EU의 부당한 덤핑 공세에 자국 제당업체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