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조심스럽게 출구전략을 준비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글로벌 경제위기속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한 호주와 폴란드 등에서 본격적인 출구 돌입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최악의 경제상황에서 벗어난 영국과 브릭스의 대표주자 인도에서도 출구전략이 공론화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9일 “영국에서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신호가 포착됨에 따라 알리스테어 달링 영 재무장관이 재정지출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링 장관은 집권 노동당과 국민들에게 “경제위기가 끝난 뒤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억제하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달링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영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바닥을 찍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조만간 영국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따르면 영국 경제는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성장세가 전환된 상황이다.

동유럽의 경제 우등생 폴란드의 경우 중앙은행이 정부에 ‘출구전략’시행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슬라보미르 스크르지페크 폴란드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이제 폴란드중앙은행은 (경기부양으로 규모가 커진) 재정적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폴란드중앙은행은 정부가 경제 구조개혁을 단행하도록 독려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브릭스 대표주자인 인도도 조만간 출구전략에 돌입할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두부리 수바라오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인도가 다른 나라보다 빨리 통화 완화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인도중앙은행 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WSJ은 “상당수 전문가들은 인도가 4분기엔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며 중앙은행 차원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올들어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한 호주도 웨인 스완 호주 재무장관이 “각종 경제지표는 호주가 선진 경제 가운데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12월부터는 경기부양책에서 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호주는 5개월째 연 3.0%에 머물고 있는 기준금리도 조만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8월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돌입했다.골드만삭스는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내년 3분기에는 3%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