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DDR3로 교체하면 매년 자동차 580만대가 뿜어내는 분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는 9일 '그린 메모리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가장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반도체 'DDR3 D램'을 앞세워 그린 마케팅에 나섰다. DDR3를 사용하는 기업은 전력요금을 줄이면서 더 좋은 성능의 서버를 갖출 수 있고,전기 사용이 줄어드는 만큼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앞세워 기업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간 40나노급 2기가 DDR3는 '고성능,대용량,저전력 소비'가 특징으로 꼽힌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전자제품을 공략하라

삼성전자가 주목한 것은 서버 등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전자기기 시장이다. 대형 서버는 기업들이 정보처리를 위해 한시도 끌 수 없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이런 기업들의 수요를 겨냥,올해 초 40나노급 2기가비트(Gb) DDR3 D램을 개발했다. 이 반도체는 소비전력이 28와트(W)에 불과하다. 반면 현재 많이 쓰이는 60나노급 1Gb DDR2의 소비전력은 102W에 달한다. 삼성 관계자는 "서버에 DDR3 제품을 사용하면 최대 73%의 소비전력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DDR3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별도의 홈페이지(www.samsung.com/DDR3)도 만들었다. 이 홈페이지에는 "세계 서버를 모두 DDR3로 바꾸면 연간 430만가구에서 뿜어내는 양(3500만t)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려면 10년 자란 나무 8억그루가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삼성은 DDR3를 사용하는 고객사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고객사에 대해서도 기술 지원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키로 했다.

'그린 메모리'로 반도체 시장 장악

삼성전자가 '그린'이라는 코드를 들고 나온 것은 미래 시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D램 업체들 가운데 저전력 제품인 DDR3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조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시기적으로도 다음 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운 운영체제(OS) 윈도 7을 출시하는 것도 삼성에는 호재다. 윈도 7의 등장으로 고속 D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존보다 성능이 50~60% 이상 좋아진 DDR3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저전력 고성능의 DDR3 채용이 늘어나면서 내년부터는 일반 PC 등에서도 보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세계 DDR3 D램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에서 2012년께는 82% 수준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DDR3:흔히 D램이라고 말하는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다. 정보처리 역할을 맡으며 '더블 데이터 레이트(Double Data Rate)'를 줄여 DDR라고 부른다. 표준형 D램과 비교해 정보처리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를 두고 DDR2,DDR3로 나뉜다. 예컨대 표준형 D램이 초당 1만큼의 정보를 처리한다면 DDR2와 DDR3는 초당 2,3만큼의 정보를 처리한다. 최근 나오고 있는 DDR3는 DDR2보다 전력소모량이 30% 적고,속도는 2배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