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절간'으로 불린다. 한은이 이 같은 별칭을 얻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있지만 화폐 관리를 위한 삼엄한 경비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11년 전 은행감독원이 한은에서 떨어져 나간 이후 은행이나 기업체 임직원,관료들의 왕래가 크게 줄었다. 한은맨들 스스로도 시장을 직접 보지 못하고 한 다리 건너서나 듣게 된다고 불평을 토로한다. 일부는 스스로를 수도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은 수도승들은 요즘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언제부터 인상하느냐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1년 전 연 5.25%이던 기준금리를 올 2월 연 2.00%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인하한 뒤 경제가 약간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자 벌써 몇 달째 고민 중이다.

한은 내부에선 현재 연 2.00%의 기준금리는 비정상적 상태라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경제가 최악상황이라면 사상초유 저금리를 유지하는 게 맞지만 경제가 최악을 벗어난 만큼 기준금리를 불황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04년 불황 때 최저금리가 연 3.25%였던 만큼 이제 슬슬 이 정도 수준으로 올려놓는 게 정상이라는 설명이다. 저금리를 지나치게 오래 끌고 가면 발생하는 부작용이 엄청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하지만 한은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는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경제가 호전되고는 있지만 위험요인이 산재해 있는 만큼 확장적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도 얼마 전 기준금리 인상을 골자로 하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부동산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섣불리 긴축으로 돌아섰다간 대공황 때의 재차 하강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다. 얼마 전 끝난 G20(주요 20개국)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각국 총재들은 세계경제가 상승추세로 전환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은이 외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독립적 통화정책을 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멀리하면 외톨이가 돼 세상흐름에 반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한은을 주시하고 있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