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각종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여파로 엥겔계수가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엥겔계수란 가계 지출 중 기본 생계비라고 할 수 있는 식료품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엥겔계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생활 형편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8일 지난 상반기 중 가계의 소비지출액은 26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4조4000억원보다 2.0%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비용은 30조9000억원에서 33조7000억원으로 9.1%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엥겔계수는 지난해 상반기 11.7%에서 지난 상반기엔 12.5%로 급등했다. 지난 상반기 엥겔계수는 2001년 상반기의 12.7%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엥겔계수는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엥겔계수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의 상승률은 평균 10.7%였다"며 "이 분야의 명목지출액이 많이 늘어난 것은 가격 상승에 따른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은이 가격요소를 제거한 실질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액의 증가율을 살펴본 결과 지난 상반기 수치는 -0.9%였다. 가계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의 실제 소비를 0.9% 줄였지만 가격이 워낙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지출액은 9.1%나 늘어난 것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