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체제 개편론 급부상] 장기전략 실종…CCTV 등 중복사업 교통정리 못해
10여개 계열사 독자행보
◆"관성의 힘이 다했다"
삼성은 2007년 10월 전략기획실 산하에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 반도체나 LCD처럼 5년,10년 후에 대비하기 위한 신사업을 찾고자 한 것.하지만 이 조직은 불과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작년 6월 전략기획실 해체와 함께 사라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조직이 제대로 움직였다면 올해 말쯤에는 그룹 차원의 신수종 사업을 공개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 같은 장기 전략 부재가 계열사에 미치는 부작용은 상당하다. 삼성은 수십년간 회장의 비전을 전략기획실이 구체화하면,이를 계열사들이 신속히 집행하는 관성을 보여왔다. 때문에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계열사가 독자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계열사 가운데 신수종다운 미래사업을 찾은 회사는 자동차용 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삼성SDI 정도일 뿐이다.
◆중복 사업 조정은 '오리무중'
삼성은 각 계열사에서 별도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시장성이 검증되면 효율성이 높은 곳에 사업을 몰아주는 경영 방식을 채택해왔다. LCD도 삼성SDI가 개발을 시작한 뒤 사업화 단계에서 삼성전자에 넘겼다. 하지만 그룹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는 전략기획실이 사라지면서 중복 사업 정리를 담당할 구심점이 사라졌다. 삼성의 중복 사업군은 외식 서비스,CCTV,정보통신,화학,에너지 등 5개군에 걸쳐 있다. 관련 계열사만도 1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좌장으로 있는 '투자조정위원회'는 지금까지 전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계열사 간의 다툼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CCTV 사업의 경우 삼성전자는 마케팅 능력을 강조하며 흡수할 생각을 하고 있지만,삼성테크윈은 오랫동안 사업을 진행해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에스원은 보안사업의 주체가 자사임을 내세우고 있다.
에너지 분야도 핵심 주체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복 사업 조정이 늦어지면서 과도한 경쟁에 따른 중복 투자 문제가 오히려 사업성을 해칠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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