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1시.서울 종로3가 귀금속상가에서 만난 직장인 김명신씨(29)는 금반지 2개를 가져와 팔았다. 김씨는 "14K 4돈을 팔아 32만원을 받았다"며 "올초에 팔려다 시기를 놓쳤는데 최근 다시 금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부평에서 달려왔다"고 말했다.

#2.오는 12월 초 결혼 예정인 직장인 김현석씨(32)는 혼수예물 예산을 250만원으로 줄여잡았다. 그는 "신부의 반지에만 다이아를 넣고 나머지는 시그니처나 큐빅을 박은 목걸이와 귀고리만 하기로 했다"며 "금값이 너무 많이 올라 쌍가락지 같은 다른 예물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값이 다시 뛰면서 금을 팔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4일 18만원을 기록하면서 연초에 팔지 못했던 이들이 하나 둘 금을 다시 내놓고 있는 것.반면,귀금속상가는 가을 혼수시즌 대목임에도 뛰는 금값과 불안한 경기 탓에 아직도 비수기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 내다파는 사람 늘어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순금(3.75g) 소매가격은 지난 2일 17만5000원에서 3일 17만8000원,4일에는 18만원까지 올랐다. 7일엔 1000원 내린 17만9000원을 기록했지만 국제 금시세가 온스당 10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따라 금매입 업체들만 부산해졌다. 한국귀금속쓰리엠의 김안모 대표는 "하루 평균 5억원이던 금 매입액이 지난 3일부터 10억원으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입량 중 순금 비중이 90~95%였지만 최근에는 14K,18K 비중이 20~30%로 늘어났다"며 "이는 사람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것까지 파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에서 금 매입 가격은 순금 14만1000~14만4000원,18K 9만4000~10만원,14K 7만~8만원대.K귀금속 매장 직원은 "금값이 18만원을 기록한 지난 4일부터 문의전화가 2배가량 늘었다"며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보고 관망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순금나라 분당점도 종전 하루 평균 1500만~2000만원이던 금 매입액이 지난 4일부터 4000만~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는 사람은 없어 썰렁한 혼수시즌

결혼 성수기를 맞은 귀금속 상가에선 혼수 특수를 전혀 실감할 수 없는 분위기다. 종로 G주얼리 점주는 "이달부터 본격 혼수시즌이 시작되지만 불황에 결혼을 미루는 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직 느낄 수가 없다"며 "최근에는 반지도 다이아몬드 대신 큐빅을 선호하는 등 실속형을 넘어 짠돌이형으로 지출 감소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서초동 Y귀금속 관계자도 "이달 들어 한 커플이 상담만 하고 간 게 전부"라며 "가끔씩 커플반지를 하는 사람들 외에는 수요가 자취를 감췄다"고 푸념했다.

신현석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의 사업부장은 "3~4년 전만 해도 예물은 다이아세트,순금세트,유색세트 등으로 격식을 갖췄으나 최근에는 이보다 자동차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라며 "돌반지를 찾지 않는 것은 물론 혼수 수요까지 줄어 귀금속 상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