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열연강판 철근 등 주요 철강제품을 국내에 덤핑 수출해온 일본 철강업체들이 가격을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일본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대폭 악화된 데다,국제 철강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가격 인하 압박을 덜게 됐다. 하지만 일본산 저가 철강재 구매를 늘려온 국내 냉연 및 일부 건설업체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세계 5위 철강사인 JFE스틸 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열연강판 철근 등을 중국산보다 최대 30% 싸게 한국에 수출해 왔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반덤핑 제소까지 검토했었다.



▶본지 4월23일자 A1 · 16면 참조


◆일본산 열연강판 · 철근 가격 정상화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JFE스틸 등은 지난 2분기 t당 420달러까지 낮췄던 대(對)한국 열연강판 수출 단가를 최근 500달러 정도로 올렸다. 4분기에는 t당 600달러까지 더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의 열연강판 수출가격은 작년 말 t당 1000달러에 달했었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한국산보다 30% 이상,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보다는 10% 이상 낮은 가격으로 덤핑 공세를 펼쳐 왔다.

t당 467달러까지 내렸던 철근 수출 가격도 다시 532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4분기에는 가격을 t당 550달러까지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산 철강재 가격은 국산 및 중국산 제품과 비슷한 수준에 근접했다. 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현재 t당 68만원이며,철근은 72만원 정도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작년 말 t당 725달러였던 철근 값을 올 들어 중국산보다 30% 낮은 가격에 수출하면서 한국 시장을 흔들어 왔다.

6개월 가까이 덤핑 공세를 벌여온 일본 철강업체들이 가격 정상화에 나선 것은 출혈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탓이다. 자국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고 추가 감산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저가 수출에 나섰지만,막대한 손실을 견뎌내지 못한 것.JFE는 지난 상반기 동안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철강재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 움직임도 일본 철강업체들의 덤핑 전략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국내시장도 국제 가격 상승세 반영



일본 철강업체가 덤핑 공세를 중단함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등 열연강판과 철근을 생산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저가 철강재 유입에 따른 가격 하락 압박이 해소돼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내내 일본산 저가 철강재 물량 때문에 시장이 혼란을 겪었지만,국내 유통시장도 국제 가격 상승세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열연강판 수요처인 냉연업체들과 철근을 사용하는 일부 건설업체들은 부담이 커졌다. 지난 1월 1만t에 불과했던 일본산 철근 수입 규모는 최근 월 4만t가량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들여온 열연강판과 철근 물량은 각각 329만t,37만t이다.

올 들어 일본산 철강재 의존도를 높여 놓은 일부 수요처들은 갑작스런 가격 상승으로 급격한 재료 구매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냉연업계 관계자는 "몇년 전에도 일본 철강업체들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국내 냉연 및 건설업체들에 저가 철강재를 뿌려 판매시장을 확대한 뒤 공급 물량이 늘자 가격을 갑자기 높여 타격을 입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