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는 소득 뛰는 부채‥가계 빚 상환능력 '최악'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반면 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빚을 감당할 수 있는 객관적 능력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대출 금리가 낮아져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회복과 함께 금리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가계 부실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명목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502조79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01조2095억원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것이다. 이전에 명목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것은 1998년 상반기 2.6%였다. 연도별(상반기 기준)로는 2002년 10.2%,2003년 6.0%,2004년 8.6%,2005년 3.8%,2006년 5.0%,2007년 6.8%, 2008년 8.5% 등이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국민총소득(GNI)에서 해외로 무상 송금한 금액을 제외하고 무상으로 받은 금액을 더해 산출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사실상 정체된 반면 가계부채는 크게 늘었다. 지난 6월 말 신용카드 판매액을 포함한 가계빚(가계신용)은 697조7493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의 660조360억원보다 5.7%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민총처분가능소득 대비 6월 말 가계신용 배율은 1.39배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가계 부채 상환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는 의미다. 가계신용 배율은 2001년까지 1배 이하에 머물렀으나 2004년 1.15배로 높아졌고 2005년 1.20배,2006년 1.26배,2007년 1.29배,2008년 1.32배 등으로 계속 상승했다.

소득 대비 가계신용 배율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중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3조2000억원 늘었고 비은행권(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은 1조원 증가했다. 금융권 전체로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41조4000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4조2000억원 늘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가계소득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도 "고용이 불안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당분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를 경우 가계 파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은 지금도 적자이므로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아예 대출을 상환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가계파산이나 신용불량이 증가하고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업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본부장은 "근본적으로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 가계 신용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감세 정책과 추가경정예산 확대 집행,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