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증빙 어려운 `선의의 피해자' 우려도

은행들은 오는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반영한 대출금 결정) 규제가 수도권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되면 주택대출 수요가 한층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소득증빙이 어려운 실수요자들은 대출 금액이 줄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선의의 피해자도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감독당국이 DTI 규제를 전격으로 발표하자 규제 내용을 파악하고, 각 영업점에 공문을 내려 보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은행들은 이번 DTI규제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지만,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 은행 주택대출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이어 DTI 규제까지 추가로 받게 되면 대출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돼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담당자는 "아파트 가격이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데다 9월 들어서는 매매 수요가 줄면서 은행의 대출 증가세도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나온 규제여서 투자심리를 가라앉히고 대출 수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3개월 연속 4조 원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에도 4조2천억원 가량이 늘었으며 이 중 3조2천억원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은행들은 5천만 원 이하 소액대출이나 집단대출, 미분양 담보대출이 경우 이번 DTI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실제 그 집에 들어가서 사는 목적으로 나간 자금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며 "아직 수도권에 미분양이 많이 남아 있고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악화할 것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득증빙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대출 자체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모 은행권 인사는 "최근 집값이 뛴 것은 재개발 관련해 이주 수요가 많은 데다 전세대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 단순히 대출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다"면서 "대출을 억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집값을 잡는 근본 처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