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차량용 배터리)는 미래 그린카의 '심장'이다. 화석연료의 비중을 낮추고 주 동력원으로 전기를 활용하자는 것이 그린카다. 따라서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배터리 성능은 그린카 상용화의 열쇠나 다름없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배터리 전쟁의 서막

차량용 배터리 시장이 얼마나 뜨거운지는 엑슨모빌의 변화에서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세계 1위 정유회사인 엑슨모빌은 2004년 2차 전지 분리막 제조업체인 일본의 토넨을 인수,자동차 배터리 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메이저 정유회사들이 전기차 개발의 최대 공적(公敵)으로 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셈이다. SK에너지가 2차전지 시장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자국 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용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인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페브(PEVE)'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니켈수소 전지의 70%가량을 이곳에서 공급받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을 적절히 활용하는 편이다. GM만해도 하이브리드카(HEV)용 배터리는 히타치로부터 공급받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전기자동차(EV)용은 LG화학에서 6년간 받기로 했다.

포드는 산요전기와 공동 개발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캐나다 부품업체인 매그나로부터 2차전지(리튬폴리머)를 공급받고 있다. 폭스바겐이 중국 BYD와 제휴를 맺고,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 전기차 벤처기업인 테슬라의 지분을 매입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현대자동차는 계열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가 LG화학과 합작 법인 설립을 선언함으로써 '배터리 전쟁'에 가세했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

2차전지를 둘러싼 각축전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미래 자동차 산업의 흐름은 완전히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내연 엔진이 사라진 시대엔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자동차 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시장의 1등이 누구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LG화학,삼성SDI,코캄 등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눈부시긴 하지만 불안한 1위다. 업계 관계자는 "6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려면 투자비가 수십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결국 머니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경쟁도 점차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 우한을 전기자동차 핵심 산업기지로 육성해 2011년까지 전기차를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초저가 자동차로 유명한 타타 자동차를 갖고 있는 인도를 비롯해 덴마크 이스라엘 등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