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해외 세원 발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세수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에 따른 마이너스 성장과 감세조치,세무조사 유예 등으로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4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백용호 국세청장(사진)은 최근 "설렁설렁 봐주기 식으로 (세무조사를) 할 바에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세무조사를 일선 세무관서에 지시했다.

지난 7월 취임과 함께 정기 세무조사를 재개시킨 백 청장이 보다 철저한 조사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국세청은 금융위기가 불거진 지난해 10월부터 연매출 500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하고 나머지 기업에 대한 조사도 가급적 자제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건설사 금융회사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유예를 받았던 일부 기업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 청장은 국세청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세무조사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 내국 세수 181조원 가운데 국세청이 거둬들인 세수는 86.4%인 157조원인데 이 가운데 세무조사를 통한 것은 2%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엄정한 조사를 주문한 것은 세무조사가 세수를 증대시키는 간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 국세청 고위 간부는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일 수 있다는 눈총을 받을 수 있지만 세수 확보를 위해 백 청장이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새로운 세원(세금이 부과되는 원천이 되는 소득이나 재산)을 찾아내기 위한 국제탈세정보센터(JITSIC) 활동에도 본격 착수했다. 지난주부터 세무서장급 직원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JITSIC센터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하면서 회원국 간 과세 정보를 교환하고 최신 탈세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국세청의 국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세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해외의 불법 거래나 탈세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세수 증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JITSIC는 지난해 연이어 터진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은행의 비밀 계좌 사건 등과 같은 국제적 탈세에 대응하는 기구로 국세청은 지난 3월 말 가입했다.

국내 세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최근 시작한 강남권 부동산 취득자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는 집값 불안을 잠재우는 동시에 세원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들과의 거래에 대해 오는 15일까지 추가로 소득공제를 해주기로 한 것도 소비자들의 신고를 통해 고소득 전문직들의 세원을 양성화시키겠다는 의도다. 현금영수증 발급이 저조한 학원이나 병원 등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 체제도 가동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