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음식점은 물론 일본 관광객들에게까지 인기를 끄는 술이 있다. 바로 서울탁주의 '장수 막걸리'다. 서울 · 수도권 막걸리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서울탁주는 올해 '막걸리 열풍'을 주도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올 1~8월 총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9% 급증한 645억원으로,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663억원)에 맞먹는다. 월별 증가율을 보면 6월 69.1%,7월 71.1%,8월 87.6%로 수직상승세여서 이런 추세라면 사상 첫 1000억원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봉흠 서울탁주 상무는 "솔직히 말해 올해 목표는 2% 성장이었다"며 "70년대 막걸리 전성시대가 다시 오는 게 아닌가 하는 흥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막걸리 생산조합

소비자들에게 '장수 막걸리'는 친숙하지만 이를 생산하는 서울탁주는 생소한 게 사실이다. 서울탁주의 정식 명칭은 '서울탁주제조협회'로,일반 주류회사와는 다른 구조다. 1962년 2월 세무당국이 주세 징수 편의를 위해 설립한 일종의 조합으로,당시 서울의 양조장 100여곳의 대표 중 51명이 주주회원으로 참여했다. 이는 서울우유가 전국 2200여 낙농가들의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다. 출범 당시 막걸리 제조장은 12곳이었으나 이후 영등포(양평동),서부(증산동),구로(가산동),도봉(창2동),강동(둔촌동),태능(묵동) 연합제조장 등 6곳으로 통 · 폐합됐다. 최근 수요 급증에 맞춰 지난달 성수동 공장을 신설,모두 7개의 제조장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 당시와 마찬가지로 주주 회원 수는 51명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지금은 대부분 2세들이 물려받았다. 올해 22년째 대표를 맡고 있는 이동수 회장을 비롯해 7개 양조장 대표와 감사 등 17명이 협회 운영에 참여하고 있고,나머지 회원은 비상근으로 배당금을 받는다. 2세 비상근 회원 중 유병창 포스데이타 사장,이승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오상준 영동호텔 대표 등이 눈길을 끈다.

◆내년 일본수출 본격 나서

서울탁주는 1970년대 중반 하루 생산량이 75만ℓ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카바이트 막걸리' 파동,알코올 도수 조정(6도→8도) 등으로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1982년에는 생산량이 전성기 대비 7분의 1로 추락하는 위기를 겪는다. 오랜 침체기를 거쳐 서울탁주가 다시 살아나게 된 계기는 이 회장 주도로 용기 · 재료 · 시설의 표준화를 이룬 것.

과거 나주(말통) 상태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물타기'로 맛이 손상되는 폐해를 막기 위해 국내 막걸리업계 처음으로 병입 제품을 내놓았다. 초기에 원통형 주전자 형태의 폴리에틸렌 용기에서 지금의 플라스틱병에 이어 유통기한(보통 10일)을 최장 1년으로 늘린 살균 캔 제품까지 처음 선보였다. 또 1992년 균을 배양하는 자동 제국기를 도입,모든 제조장의 맛을 균일화해 '장수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 신뢰와 호응을 이끌어 냈다.

성기욱 서울탁주 연구소장(전무)은 "과거 밀주업자들이 카바이트를 사용해 속성 발효를 하다보니 술 마신 다음 날 머리가 아픈 숙취와 트림 문제가 있었다"며 "지금은 저온 장기 발효를 통해 이를 해결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성 소장은 "내년부터 일본 식품전문 유통회사인 '명성'과 손잡고 수출에도 본격 나선다"며 "우리의 제품력으로 볼 때 일본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